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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비 오는 날

지붕에 비 듣는 소리가 반갑다. 꼬박 1년을 기다린 임이다. 길바닥을 흐르는 물이 맑디맑다. 젖은 잎이 바람에 흩날린다.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소리도 흠뻑 젖어있다. 기다리게 해놓고 느지막이 와서 감칠맛을 곱으로 주는 임이다.   물은 물이라는 명언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물과 신을 그릴 수 없다. 폭포와 강은 푸르게 그린다 해도 물 자체는 어쩔 수 없다. 물방울과 빗줄기는 그려진다. 물은 글이나 말로는 표현이 된다. 비는 하늘에 떠있는 물이다. 생명의 원천이다.   비오는 날은 바쁘다. 새벽녘에 배달된 신문 뭉치가 물에 흠뻑 젖어 5파운드로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밤 사이에 스프링클러의 물이 흘러 내린다. 벽돌 일곱 장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신문이 던져지는 마른 바닥이 젖지 않도록 해도 소용이 없다. 이제 우기철이 다가오니 더욱 걱정이다. 신문 뭉치가 바닥에 떨어질 때 비닐 봉투가 찢어지고 빗줄기가 그 위를 두드리면 봉투는 바닥에 고인 물을 숨 쉬듯 빨아드린다. 오랫동안 연구한 결론이다.       젖은 신문을 들고 들어올 때는 짜증이 난다. 신문을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들어내 역시 한 장씩 따로 펴서 바닥에 널어 말려야 한다. 두 시간짜리 일이다. 종이가 우글쭈글하고 글자도 번져 있다. 그렇다고 신문을 안 볼 수도 없다.   날마다 새벽 4시 반쯤이면 틀림없이 배달해주는 사람이 고맙기만 한데 뭐라 불평하기 어렵다. 비 오는 날엔 차라리 잔디밭으로 신문을 던져주면 봉투에 상처는 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비 오는 날에 신문을 만나려면 밤을 새워야 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자연을 숭배했다. 강과 산과 들판을 숭배하고 가뭄에는 하늘에 기우제를 드렸다. 비가 오도록 빌고 빌었다. 비는 임이라 무지개는 그의 날개다. 신문이 젖어도 비는 기다려진다.   문영·LA독자 마당 신문 뭉치가 물방울과 빗줄기 비닐 봉투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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